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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루벤스, 그림 공장에서 그림을 찍어낸다.

by 모아보는 미술 2020. 7. 12.

페테르 파울 루벤스, 그는 벨기에의 대표 화가이다. 벨기에의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루벤스는 어릴 때 부터 이것저것을 동시에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요즘으로 치면 '멀티태스크'에 능했던 것이다.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을 동시에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고 6개국어를 구사하고 학식과 교양도 엄청났다고 전해진다. 그는 외교관으로도 활동했는데 외교관으로서의 능력도 상당해서 굵직한 조약에도 기여했다. 미술은 14살에 시작해서 21살 되던 해에 화가로 독립했다. 이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는데 이 시기에 그는 화가로서 큰 터닝포인트를 가진다. 젊은 나이에 이미 사회적으로나 미술적으로나 성공을 했던터라 그에게는 수 많은 그림 주문이 들어온다. 많은 주문을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린다. 바로 그림공장을 세우는 것이다. 지금이야 그림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충격적인 발상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기계가 찍어내는 방식이 아닌 그림에 루벤스의 손길을 거치기는 한다. 그는 본인이 드로잉만 한 것, 드로잉과 마무리만 한 것, 전 과정에 참여한 것 등 여러가지 등급의 그림을 생산해냈다. 당연히 루벤스가 더 많은 과정에 참여했을 때 그림의 가격은 올라갔다. 화가가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지 않아도 본인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가는 큰 논란이었다. 하지만 루벤스 그림은 인기가 높았다. 그런 논란보다는 작품의 공급량이 많아져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의 작품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약 3000점의 작품이 생산되었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사업수완으로 막대한 부를 얻게된다.

루벤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루벤스의 작품을 보면 굉장히 화려하다. 그는 주로 신화와 종교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했다. 웅장한 분위기와 거대한 서사가 느껴지는 그의 그림은 당시 절대왕정시기 군주들과 귀족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작품의 작품성과 더불어 당시의 시대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져 크게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그의 인생을 훑어보면 그의 인생에는 크게 굴곡진 부분이 없다. 다만 빛나는 그의 그림만큼이나 그는 스스로 빛났다. 엘리트교육을 받았던 것을 이용해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고 많은 상류층과 사교적으로 지냈다. 그리고 그림 공장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엄청난 수익을 낸다.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열심히 공부했고, 엄청난 그림 주문이 밀려왔을 때는 그 주문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찾았다. 부유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안정적인 삶을 살 수도 있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본인의 능력만큼만 그림을 그려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없이 도전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 했기에 역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가 되었던 것이다.

루벤스, '성모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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