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 그는 천재였다. 20세기 초현실주의의 대표 화가로 회화는 물론이고 도예, 벽화, 무대예술, 조각 등 많은 분야의 예술에 관심을 가졌고, 그 수준 또한 뛰어났다. 그는 98살까지 장수하며 많은 작품을 남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많은 작품 중에 '눈내리는 마을' 이란 작품은 없다.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그런 그림은 나오지 않고 동명의 식당이나 카페만 잔뜩 나온다. 그렇다면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 이라는 말은 어떻게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가 있다. 아마도 샤갈의 '나와 마을'이라는 작품을 보고 시를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의 제목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의도치않게 샤갈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다. 각설하고 샤갈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천재였다. 또한 장수했고 행운아였다.

샤갈은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태인으로, 그가 활동했던 시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 10월 혁명이 휘몰아친, 현대사에 있어 엄청난 혼란기였다. 1차대전 당시 러시아에 있던 샤갈은 징집으로 전장에 나갈 처지에 놓였다. 다행히도 그의 약혼녀의 오빠가 영향력있던 학자였던 덕분에 후방에서 복무하게 되었다. 곧이어 10월 혁명이 일어나고 대혼란을 맞게된 러시아 사회에서도 샤갈은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아서 예술분야 요직에 위치한다. 이후에 샤갈은 파리로 거처를 옮기고 작품활동에 매진한다. 샤갈의 인기는 더욱 올라갔고, 그무렵 당시 사회의 불안감도 급격히 고조되었다. 그러더니 2차 대전이 발발한다. 나치에 의해 프랑스는 순식간에 점령당하고 유대인 박해가 시작됐다. 유대인이었던 샤갈은 다행히 미국으로 피신한다. 하지만 급히 떠난 탓에 그의 작품들은 나치에 의해 헐값에 팔리고 일부는 훼손되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대표적인 화가로는 피카소가 있는데 피카소 역시 샤갈의 작품을 보고 극찬을 했다. 피카소가 극찬한 작가의 작품들이 전란의 포화속에 사라지고만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무작정 추상적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입체주의 화풍도 느껴진다. 거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오르피즘에 더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오르피즘이란 서정적인 느낌과 동시에 역동성인 성격이 함께 느껴지는 화풍을 말한다. 그의 화풍은 추상화에 수채화같은 색감을 입혀 은은한 매력과 동시에 때로는 역동적인 색채로 자신만의 몽환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현대 추상화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그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많은 극찬을 자아내고 있다.

샤갈의 일생을 돌아보면 그의 주변은 꾸준히 혼란스러웠다. 물론 샤갈이 혼란을 몰고다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당시 사회가 그랬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사회의 혼란을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갔다. 그 때문에 그의 화풍에는 평안함에서 비롯된 은은함과 주변의 혼란스러움에서 비롯된 역동성이 인상적이다. 그가 운이 좋아서 시대의 격변속에서도 비교적 편안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샤갈이 주변 탓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과연 내면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그것을 작품에 녹여낼 수 있었을 지는 의문이다. 어지러운 사회를 탓할 것만이 아니라 본인의 자리에서 묵묵히 본인의 할 일을 해낸 샤갈이었기에 추상화의 선구자로, 미술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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