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는 누구나 알 법한 대표작이 하나있는데, 바로 '비너스의 탄생'이다. 비너스가 화폭의 중심에 서서 자신의 몸을 가리고 있고, 그 주위로는 다른 신들이 그녀를 감싸고 있다.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 있는 비너스의 머리결은 바람에 흔날리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조개 위에서 몸을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이고 짝다리를 짚고 있는데, 이 엉성한 자세가 이 작품의 포인트다. '콘트라포스토'라는 것인데 그리스 미술에서 시작되었고 보티첼리에 의해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한번 유행을 한다. 보티첼리는 르네상스의 3대 천재인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보다도 먼저 활동했다. 그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는 르네상스 이전의 중세풍의 분위기가 사뭇 느껴진다.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인체의 구조가 살짝 어긋나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는 보티첼리가 자연스럽고 인체의 구조를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고 일종의 개성이었다. 중세 종교화의 화풍을 고수한 그의 작품세계은 지금의 시각에서 본다면 '레트로'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에 그가 가지는 위상에 비해 당시 그의 작품은 그닥 큰 명성을 얻지 못했다. 물론 젊은 시절 꽤나 인기를 끌기는 했다. 레트로 감성이 당시에 반짝하고 인기를 얻어 보티첼리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내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의 천재들이 대거 쏟아져나왔다. 새로운 참신함이 당시 미술계를 뒤엎고 있는 상황에서 보티첼리의 레트로감성에 대한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급격하게 변하는 미술 시장에서 그의 그림은 뒤쳐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그의 경제 사정도 궁핍해져갔다. 살아생전에 자신의 전성기와 추락하는 자신을 동시에 겪는 경험을 하게된 그는 병마에 시달리며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20세기 이르러서는 보티첼리의 명성이 다시 드높아진다. 그 이유는 그의 작품이 가지는 클래식함이었다. 무작정 중세화풍을 따라간 것이 아닌 본인의 특색이 있는 클래식이었다. '보티첼리 핑크', '보티첼리 블루'등 '보티첼리 컬러'라고 불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상 또한 구축해냈다. 그의 그림은 르네상스 당시 쏟아지는 참신함으로 인해 다소 눈길을 끌지 못했던 '레트로'였고, 20세기 들어서는 오래봐도 질리지 않는 은은하면서도 특색있는 '클래식'이었다. 보티첼리가 중세의 화풍을 고수하지 않고 르네상스 시대정신에 맞춰 무작정 참신함만을 좇았다면 과연 현대에 이르러 거장으로 칭송받았을지는 의문이다. 현대 사회에도 역시 늘 새로운 것, 참신한 것만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것들이 인기도 많다. 그에 따라 늘 신제품, 최신유행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참신한 것은 이내 질리기 마련이다. 요즘 들어 레트로 감성이 다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같은 대목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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