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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몬드리안, 구성 시리즈의 가격이 600억인 이유에 대해 알아봅시다.

by 모아보는 미술 2020. 7. 7.

몬드리안, '빨강, 파랑, 노랑, 검정의 구성'

 몬드리안의 구성 시리즈를 보면 마치 초등학생이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오려붙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 가격은 5056만 달러, 한화로 약 600억원이다. 2015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 기준으로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 검정의 구성'이라는 작품이 초고가에 팔렸다. 2009년에 파리에서 팔린 또 다른 구성 시리즈의 가격은 2780만 달러였다. 구성 시리즈는 각종 제품이나 광고의 도안으로 재생산되며 현대사회 디자인 산업속에 깊숙히 자리잡았다. 그의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 각 구성이 똑 떨어지는 간결함, 단정한 원색의 조화등으로 무난하면서도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그 가격을 들어보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해진다. '아니, 이게 그 가격이라고?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굉장히 단순해보이는 것이 이 그림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몬드리안이 정물이나 풍경을 그릴 실력이 부족해서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또한 격자 구성의 단순한 그림만을 그린 것도 아니다. 몬드리안의 화풍은 총 3개의 장을 거쳐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몬드리안,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첫 번째 장에서는 평범한 풍경화나 정물화를 그렸다. 정말 정형적이고 무난한 화풍을 보였는데 이 때는 사실주의를 추구했다. 다만 역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들이 그러하듯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는데 사실주의위에 인상주의나 야수주의등을 얹어보려 노력했다. 그가 40살이 되던 해에 두 번째 장이 시작된다. 이 시기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격자 구성의 그림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기하학적인 그림은 피카소의 입체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피카소와 브라크가 개최한 암스테르담 입체파 전시회를 보고난 후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가로 선은 안정감, 세로 선은 역동성을 나타낸다. 가로와 세로로 간결하게 그어진 검은 선, 빈 자리를 채워 넣는 단정한 원색들이 특색이다. 이러한 구성을 신조형주의라고 부른다. 세 번째 장은 그가 거처를 미국으로 옮기고부터이다. 각 구성의 구분을 지어주던 딱딱한 검은 선은 사라졌다. 또 한가지 달라진 점은 회색이 추가 되었다는 것이다. 검은 선을 회색이 대체하고 회색의 선 위에 원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갔다. 이는 당시 미국의 도시 풍경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네온사인과 빽빽이 들어선 고층빌딩들, 그 속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회색 도로를 마치 신세계처럼 표현해냈다. 칸딘스키가 그림속에 음악을 녹여냈듯이 몬드리안 역시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재즈를 자신의 그림에 녹여냈다.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과 독창적인 표현이 몬드리안을 거장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몬드리안의 구성을 모작하는 것은 굉장히 쉬울 것이다. 다만 그의 화면을 구성하는 독창성은 모방하기 힘들다. 모르고 보면 초등학생 장난인 것이고, 알고 보면 천재적인 구성 능력을 담아낸 걸작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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